“어린 아이들이 손을 쓰는 대신에, 버튼을 누르거나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다”
영국의 어린이들이 학교와 집에서 지나치게 손을 사용하지 않아, 두뇌 발달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14일 영국 ‘러스킨 밀 교육협회’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영국의 많은 학교에선 나무나 금속을 재료로 하는 공작수업과 음악수업 등이 점차 사라지고 있고, 집에서도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것이 보편화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영국 심리학자 에릭 시그먼 박사는 “영국은 공작 사회 대신, 소프트웨어 사회가 되고 있다”며 “컴퓨터의 가상세계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손을 이용한 놀이나 학습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시그먼 박사는 “현실의 ‘쓰리디’(3차원) 환경에서 자신의 손으로 직접 무엇인가를 만드는 일은 (어린이들의) 지적 발달과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며 “어린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놀고 손으로 배워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수 있고, 추상적 개념에 대한 판단력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보고서에선 11살 이하의 어린이들이 손을 쓰는 일이 줄어들면, 인지 발달 능력이 결핍된다는 사실을 사례로 제시했다.
특히, 보고서는 영국의 젊은 엔지니어들 기술이 그들이 실제로 요구받는 것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는 “교육 정책적으로 (직접 손을 쓰는) 쓰리디 교육을 확대하고, 가정에서도 아이들이 더 손을 많이 사용하도록 부모들이 이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그먼 박사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직업교육에 있어서도 손으로 하는 일은 쇠락한 것으로 여기고, 과학과 관련된 일만 직업으로 여기는 통념이 생긴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