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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수학을 즐겨라! 세상이 달라 보인다
이름 조이매스 날짜 2011/04/26 조회 3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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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즐겨라! 세상이 달라 보인다
성취도 높아도 “수학은 싫어”…입시위주 교육 탓
정답보다 다양한 접근 인정하는 ‘열린 학문’으로
100점 못맞아도 ‘이성적 사고의 즐거움’ 느꼈으면

일단, 공식을 외운다. 문제를 수도 없이 푼다. 풀어도, 풀어도 안 될 때는 문제 유형을 외운다. 입시를 목표로 한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수학 교육 방법이다. 이 공식으로 수학을 배운 까닭에 수학과 담쌓는 이들이 많았다. ‘수학’을 못한다는 이유로 문과를 고른 이들은 세상에 나와 말한다. “거봐. 수학을 쓸 일이 뭐 그렇게 많다고! 계산기가 다 해주는걸.”

한국교원대 수학교육과 신현용(56·사진) 교수는 이 말에 일부분 동의했다. “맞다. 기본 연산만 해도 사는 데 문제는 없다.” 단, 그가 찍은 방점은 다른 데 있었다. 그는 “그 이상의 수학적 세계를 이해하고 있을 때 세상을 보는 시야가 훨씬 넓어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신 교수는 요즘 2012년 우리나라에서 열릴 제12차 국제수학교육대회(ICME, International Congress on Mathematical Education)를 준비하고 있다. 이 대회는 세계 수학 교육 정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의 장으로 우리나라 수학 교육의 개선점을 찾는 데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지난 6월23일 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신 교수를 만나 국제수학교육대회의 의의와 그가 생각하는 수학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국제수학교육대회를 여는 아시아권 국가가 됐다. 이 대회는 어떤 대회인가?

“1969년부터 4년에 한 번씩 열려왔던 대회다. 전세계 수학교육학자, 수학자, 수학교사 그리고 수학 교육에 관심이 있거나 관련 있는 개인, 단체들이 모여 다양한 학술 활동을 벌이는 축제 시간이다.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수학과 관련된 이들의 축제와 화합의 시간이라는 것, 그리고 수학교사들의 전문성을 신장시켜주는 시간이라는 거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교사들이 모여 토론하고, 수업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하고, 수학을 주제로 한국 문화를 만나는 여행도 하며 수학자들이 음악 연주를 하는 문화행사도 연다.

대회를 여는 국제수학교육위원회(ICMI, International Commission on Mathematical Instruction)는 역사가 깊다. 1908년에 로마에서 결성됐으니까 올해로 100년이 넘었고, 1952년 이후엔 유네스코 산하 조직인 국제수학연맹의 산하 단체로 가입이 됐다. 현재는 72개국이 가입한 상태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국제수학교육대회를 개최하게 된 배경은 뭔가?

“역대 개최국이 이른바 선진국들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덴마크…. 대회 규모가 크다 보니 경제력이 어느 정도 있는 국가가 선정된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닐 거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우리나라가 수학성취도평가를 통해 국제적으로 알려진 영향도 있을 거다.”

사실 국제수학학업성취도평가 등이 그 나라 수학 교육의 질을 모두 말해주진 않지 않나?

“수학 교육을 관여하는 입장에서 평가 결과가 높게 나온 게 단순히 우수성을 증명한다고는 생각 안 한다. 안타깝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성과는 대개 사교육 도움을 받은 결과잖나.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엄마들이 사교육에 얼마나 관심이 큰지 사실 잘 모른다.

우리가 주목할 건 성취도가 아니라 수학에 대한 흥미도다. 한국 학생들은 공부는 참 잘한다. 근데 수학 좋아하냐고 하면 싫다고 고개를 내젓는다. 모두 똑같이 말한다. 대학 가기 위해 하는 거라고. 성취도는 높지만 흥미도는 꼴찌다. 반면 미국 아이들은 꼴찌라도 수학이 좋고, 재밌다고 답한다. 대학을 위해 수학과 가까이 지내다 대학에 들어오고 나면 수학과 빨리 헤어지고 싶어하는 우리 아이들과는 다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일단, 입시 위주로 교육 방법이 편성되면서 학부모들은 조급증에 시달린다. 중학교 들어갈 때 학생의 반 이상은 중학교 과정을 선행한다. 교사는 재량껏 여유 있게 창의적인 수업을 해보고 싶지만 두렵다. 금세 항의전화가 걸려오니까. 늘 수학 교육 얘기를 할 때 ‘창의력 수업’을 강조하는데 창의력이란 여유에서 나오는 거다. 근데 우리 교육엔 조급함만 있다. 공식 외우고, 문제를 정말 너무 많이 푼다. 교사만 탓하고 싶진 않다. 우리나라 교사들은 해외 어느 교사들보다 질 좋고 훌륭하다. 다행히 초등학교에선 다양한 수업을 시도하는 교사들이 많다. 입시를 생각 안 할 수 없겠지만 엄마들이 최대한 기다려주는 게 현장에서 극복할 문제 가운데 하나다. ”

우리나라 수학 교육의 특수성도 무시할 수 없지만 사실 수학이란 학문 자체가 쉽게 접근할 만한 학문은 아니다. 수학은 어떤 학문인가?

“수학은 양면성이 있다. 일단 굉장히 유용하다는 거다. 근데 사람들은 그거 하나만 본다. 잘 안 보이는 것 가운데 하나가 수학에 아름다움이 있다는 거다. 수학이 애당초 극소수를 위한 학문인 건 분명하다. 예를 들면 음악은 소리, 청각을 통해 아름다움을 느끼는 거다. 미술은 색, 시각이고. 이런 건 많은 이들이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그런데 수학은 오감이 아니라 이성이다. 그걸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사실 다수는 아니다.

그러나 내가 주장하고 싶은 건 수학적 달란트가 있는 학생들만 수학을 하거나 모두 수학을 100점 맞아야 한다는 건 아니라는 거다. 다른 학문과 비교하면 수학적 아름다움을 만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상적으로 수학을 즐기고, 이성으로 사고하는 이 작업이 왜 재밌는지 그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알고 가면 좋겠다.”

이번 대회를 통해 교사들이나 수학 교육 관련자들이 얻어갈 정보들이 많을 것 같다. 우리 수학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들도 나올 테고, 여러모로 정보 교류의 장이 될 텐데 세계적인 수학 교육의 추세나 동향은 어떤가?

“핀란드, 싱가포르의 예가 좋을 것 같다. 간단히 말해 자기주도성을 키워주는 수학 교육이다. 그쪽 학생들은 일상에서 수학을 만나는 걸 생활화하고 있다. 우리처럼 수업 시간에 문제 푸는 게 수학이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간식값 낼 때 자주 하는 사다리타기에서도 수학을 발견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마술, 화투, 스키 같은 것도 수학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가 원주율 3.14를 배운 뒤 공식을 대입해 문제를 수없이 푼다면, 외국 학생들은 코펜하겐 광장으로 갈 거다. 교사가 말하겠지. “얘들아! 저 원통의 둘레와 높이 중 어떤 것이 길까?” 학생들은 여기서 수업에서 배운 원주율이 이용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세상을 만나며 수학을 접하는 거다. 사회와 수학의 연결고리를 찾아주는 것이 전반적인 수학 교육의 추세이기도 하다. 마침 5000명가량이 올 것으로 기대되는 이번 대회에선 위성학술대회를 함께 할 예정이다. 대회 직전 또는 직후에 수학교육심리 국제학술대회, 수학사 국제학술대회 등을 연계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수학과 심리, 수학과 역사 등을 접목한 통합교과인 셈이다.”

우린 평가 방법 때문에 수학을 정답이 있는 학문이라고만 여겨왔다. 평가 방법에 대해선 어떤 생각인가?

“수학자는 정답을 내는 사람은 아니지만 문제해결자다. 해결이란, 정해진 답을 찾는 걸 말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수학의 핵심이 다양한 접근법을 개발하고 권장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다른 분야와 연계해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과정들이 의미가 크다. 선다형 수능 문제는 없어져야 한다. 문제 수를 줄이고, 맥락이 있는 문제, 개방형 문제로 접근했으면 좋겠다. 채점이 어렵다는 이야기들을 하지만 이미 수만 명이 시험을 보는 중국에서도 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나라 수학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라나?

“기본 연산만 알아도 먹고는 산다고들 말한다. 맞다. 단, 수학 제대로 만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밝아질 수 있다는 건 내가 장담한다. “내가 수학을 잘은 모르지만 참 유용한 학문이고 아름다운 학문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면 좋겠다. 그럼 대성공이다. 로그를 모르면 어떤가. 우린 문제 하나 더 푸느라 바쁘다. 그 시간에 철학적인 것, 아름다움, 미적인 것과 연결해 수학으로 세상을 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난 똑똑한 5%의 천재들에겐 관심이 없다. 나머지 95%가 내 관심이다. 그 친구들이 즐겁게 수학을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수학을 짐으로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좋아하진 않을지언정 수학이 이렇게 끔찍하고 지긋지긋한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회는 우리나라 수학 수업을 한 단계 변화시키는 구실을 할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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